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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이야기/노틸러스의 캠핑 생각

카라반, 그 "뜨거운 감자"에 대한 고찰, 참 갖고는 싶은데...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

by Nautilus 202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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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이 갖고 싶을 때가 됐긴 하지."

와잎님과 캠핑에 대해서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며 불쑥 나온 이야기.

캠핑 생활 10년차를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캠핑 방식을 떠나서 여러가지 방식으로도 준비해보고 경험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거실형 텐트 하나 사서 주구주창 그거 하나만 들고다니면서 그저 좋다고 이너텐트 설치하고 바닥 시공도 제대로 안하고 침낭 깔고 자던 것이 점점 이것저것 주워 듣는게 생겨서 바닥시공 한다고 매트도 깔고, 난방을 위한 난로도 사고, 일산화탄소 위험하니 경보기도 사고...이래저래 많은 것을 경험해도 여전히 재미 있는 캠핑생활.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너무 옛날 표현인가;ㅎ) 최근에는 캠핑이 점점 고급화, 하이앤드 셋팅이 대세가 되고 있는지, 장비가 정말 어마어마해졌다.

그 중에서 정말 극강의 장비는 누가 뭐래도 카라반 또는 캠핑카가 아닐까. (물론 루프탑 텐트도 있지만 카라반과 캠핑카에 비하면....ㅎ)  하지만 일단 이번 포스팅에서는 카라반에 대한 이야기만 잠깐 해보려고 한다.캠핑카는 카라반을 업고 다니는 자동차 개념이라 별도로 다뤄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카라반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 것은 물론 캠핑 처음 할 때 부터 였지만, 관심 자체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뭔가 고급화 되어 가는 이 취미 속에서 여전히 텐트 들고 바리바리 짐 싸들고 다니는 형태의 캠핑을 즐기고 있는 나였기에, 점점 비교를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교하는 삶은 불행의 시작이라고 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뭔가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느낌도 있었고, 변화를 상당히 주고 싶었던 시기였는데, 딱 그런 시점에서 카라반이라는 거대한 장비는 한 번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1. 카라반이 과연 나에게 맞는 것인지?

월급쟁이 생활을 십수년간 해오다 보니 써라써라 소비쟁이가 아닌 이상 잉여 자금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재정상태. 목돈이 슬슬 눈에 보이게 되니 고오급 아이템에 대한 관심도 이렇게 생겨나게 되는 것이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취미와 직결된 사치품 중에 하나인 카라반이었다. 

카라반에 대한 지식이 전무 한 상태에서 캠핑장이나 필드에서 랜덤하게 눈에 들어오는 몇몇 카라반 모델들에 대한 모습을 본 것이 다인 상태라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메이커와 디자인의 카라반들이 있고, 그 중에서 개인적인 취향에 딱 맞는 형태를 가진 것 부터 먼저 찾아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제일 처음 찾아본 것이 바로 S-camp사에서 나온 동글동글한 모양의 카라반이다. 어디 하나 각진 부분을 찾을 수 없는, 말 그대로 동글이 카라반이다.

Scamp 카라반

 

카라반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처음 검색해서 사진으로나마 간접 경험해본 모델인데, 처음 이미지 자체가 너무 강렬했다. 귀엽고 동글한 느낌의 외관을 참으로 좋아해서 길에서 달리는 크고 각진  거대한 크기의 카라반과는 너무도 다른 이미지가 바로 S-camp사의 카라반. 디자인과 외관을 제외한 이 카라반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크기로 전륜 구동 방식인 올란도로도 충분히 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4륜이 아니라서 미션의 무리가 많이 가서 부품쪽 업그레이드나 보강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많이 봤지만, 아직까지는 알아가는 단계이므로 차량 성능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보는걸로. 어쨌든 현재 차로도 견인이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정보를 알게 되었다는게 어디인가.

 

하지만 이렇게 어떤 것에 대해 관심이 갑자기 생기게 되면 냉정한 판단력을 잃을 수 가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그저 카라반이 있으면 더 즐겁고 재미있는 캠핑 라이프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인, 밝은 부분만 보게 되더라. 그렇게 찾아본 카라반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프리덤사의 티큐브 카라반

 

[카라반의 장점]

 

1) 언제든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카라반이 있다면 이미 완성된 형태인 집을 차량에 달고 내가 가고 싶은 곳, 그 곳이 캠핑장이든, 노지이든 상관없이 어디든 당장 떠날 수 있다. 그리고 도착해서 카라반의 위치만 잘 잡아주고 고정만 해주면 그대로 사이트 구축 완료.

 

2) 난방, 냉방, 그리고 날씨의 걱정이 없다.

일반적인 캠핑을 갈 경우, 날씨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다. 한 해 중에서 캠핑을 즐기기 가장 쾌적한 계절은 봄과 가을 정도. 여름과 겨울은 엄청난 더위와 추위로 인해 제약이 심하다. 그만큼 준비해야할 장비도 많아져서 챙겨가야할 짐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져서 말그대로 피난생활이 따로 없다. 하지만 카라반의 경우 거의 대부분 히터와 에어컨 장착을 통하여 더위와 추위가 해결된다. 외피를 둘러싸고 있는 재질 또한 단열 효과가 좋은 것으로 최대한 마감을 하기 때문에 냉방과 난방에 비교적 효과적이다. 

그리고 물론 눈이오나 비가오나 크게 신경쓸 필요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3) 트렁크 테트리스는 더이상 안해도 된다.

왠만한 짐은 카라반 하나로 해결할 수 있으므로 수레에 가득 싣고 엘레베이터를 오르락 내리락 할 필요가 없다. 무거운 짐을 실었다 내렸다 하면서 오는 허리 통증도 더이상 빠이빠이. 사이트에 도착해서, 그리고 철수 할 때 모든 짐을 셋팅하고 치우고 하는 일도 없다. 캠핑이 아주 심플하고 깔끔해진다.

 

4) 언제나 항상 같은 느낌의 분위기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마치 집을 옮겨 들고 다니는 것 처럼, 익숙한 내부 구조와 셋팅 그대로 옮겨다닐 수 있어서 항상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 캠핑을 가면 언제나 바닥 시공에 심혈을 기울여 작업을 해야한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침상생활을 하는 입식 스타일로 완전히 바꿔버려서 수고로움 하나는 없앴다.) 하지만 카라반이 있으면 항상 쾌적하고 적절한 온도로 실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이상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당장 떠오르는 카라반의 장점들이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이 부분이 오히려 결정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하여 장점 리스트에서는 제외시켰다.

 

어쨌든, 카라반을 찾아보면서 머리속으로 상상할 수 있는 장점만도 이 정도. 긍정 마인드에 빠지기 정말 충분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명백하게 있는 법. 밝고 희망적인 생각으로 장점만 찾아보다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단점에 대해서 찾아보게 되었고, 카라반의 단점은 장점의 백만배만큼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카라반의 단점]

카라반계의 명품, 에어스트림

1) 돈! 돈! 도오온~~!!

카라반은 비싸다. 그냥 이 것 하나로 진입 장벽이 만리장성이다. 캠핑을 즐기면서 계속 기변을 하고 새로운 장비를 사고 하는 것이 내 만족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돈이 계속 들어가서 가끔 부담일 때도 있었는데, 카라반은 그냥 넘사벽이다. 위 사진에 있는 S-camp나 티큐브 같은 미니 카라반의 경우도 새 제품의 경우 2,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카라반은  200급, 300급...이렇게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데 가로 길이를 측정하여 기준을 잡는다. 미니 카라반은 보통 200급 정도라고 보면 되는데 가장 작은 카라반에 속한다. 이런 모델들도 2,000만이 넘어가니, 다른 300급 이상부터 6,700급들은...고퀄의 경우 1억을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비용으로만 따진다면, 카라반과 캠핑카 쪽은 그냥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견인하기 위한 장치도 100만원 이상은 기본으로 깨진다. 너무 큰 카라반은 일반 차량이 끌 수가 없다. 4륜 구동이 가능한 힘좋은 차량이어야 한다. 결국 차도 바꿔야 한다는 말...넘사벽의 넘사벽을 마주할 수 있다.;;;

 

2) 자동차를 한 대 더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대부분의 큰 카라반의 경우,취등록세 5%, 개별소비세 5% 비용이 나간다. 대략적으로 하이퀄러티 차량을 제외하고 200급은 2천, 3백급은 3천... 정도로 생각하면 되니 차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가격대비 세금은...간단히 암산만 해봐도 장난이 아니다. 물론 자동차세에 보험료도 따로 내야한다.

 

3) 주차할 곳이 없다면 내놓은 자식이 하나 생기는거다.

미니 카라반을 제외하고는 지하주차장은 고사하고 일반 주차장에도 주차하기 힘든 구조이다. 일단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꼽다. 왜 주차칸 하나를 또 차지하느냐 부터하여, 실행력이 강한 사람들은 카라반에 해꼬지 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차비를 내고 당당하게 차량을 주차하겠다고 생각해도, 그건 개인 생각이고, 나만 아는 것일 뿐. 주변 사람과의 마찰을 백퍼센트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돌아다니다 보면 강변 주차장이나 일반 길가에 주차를 해두고 쓰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런 경우 완전 내놓은 자식처럼 전전긍긍하게 된다. 혹시라도 밤 중에 누가 차를 건드리지는 않을지, 훔쳐갈지 등등, 그래서 특히 예민한 사람은 주차공간이 없을 경우 카라반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 스트레스가 아닐까 한다.

 

4)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모든 곳을 다 갈 수는 없다.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말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 갈 수 있다는 뜻이지만, 갈 수는 있어도 셋팅은 별개의 문제. 텐트를 들고 캠핑을 갈 때에는 텐트 크기만 생각하면 되니 거의 대부분 셋팅이 가능하지만, 카라반의 경우 그 크기, 특히 길이 때문에 모든 캠핑장에 다 입장이 가능하지 않다. 가는 길에 지하차도는 없는지, 지하차도가 있다면 통과 높이가 어떤지 확인해야하고, 아무리 노지라도 카라반의 크기에 따라 셋팅이 불가능한 곳은 의외로 많다. 특히 경사가 카라반에 쥐약인데 차량도 무리가 많이 하고 잘못하면 경사도로 인해 카라반 하부를 다 긁어버리는 불상사도 일어난다. 그래서 캠핑을 갈 장소를 선정할 때 더 까다롭고 확실하게 확인하고 가야한다.

 

5) 손이 정말 많이 간다.

뭐니뭐니 해도 카라반에서 가장 손 많이 가고 귀찮고 애물딴지는 화장실&샤워실이다. 이 것들을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용량의 물통을 채우기 위해 끌고 다녀야하고, 주기적으로 오물통을 교체해줘야한다. 이건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긴 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생각만해도 너무 귀찮고 번거러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오물통은 대소변이 있는 그대로 모이는 것이 아닌, 특수 처리된 약제에 들어가게 되어 형태도 고형으로 바꿔주고 악취도 최대한 줄여준 상태로 보관되어 오물통 자체만 갈아끼워주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그래도...그 자체가 상당히 큰 일이라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 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찾아본 카라반이 S-camp나 티큐브 d형의 소형 카라반인 것이다. 그 외에도 작은 집 한채가 생기는 것인 만큼, 자잘자잘하게 손봐야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이 생기는데 아무리 사소하게 손 볼 곳이 생기더라도 부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봐야한다. 수리비도 만만치 않으므로 기본적인 수리 공구는 갖추고 있어야하고 손재주 또한 있어야 큰 돈 들이지 않고 자가 수리로 해결할 수 있다.(참고로 어느 카라반 있으신 분이 문짝 고정장치가 고장이 나서 수리 의뢰했을 때 80만원을 불렀다고 한다..) 

 

 

 

2. 장점과 단점을 종합해 봤을 때, 결정은 각자의 몫.

역시 모든 욕망은 침착한 사고와 고찰 속에서 제대로 된 결론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을 냉정하게 찾아보고 정리해보니, 순간의 선택으로 몇 년을 고생시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물론 카라반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위에 나열된 단점과는 아주 거리가 멀게 잘 이용하는 분들의 포스팅도 많이 접했었다. 화장실이 있지만 아예 쓰지 않는다던지, 손이 가던 부분은 타이어 말고는 없다던지,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말 그 소감은 여러가지일 듯.

 

이렇게 카라반에 대해서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결과, 아직까지는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고 구입을 하기에는 여러가지 상황이 따라가 주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장착된 크기까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런 미니 사이즈의 카라반이라고 손이 덜 가는 건 아니라는 것. 결국에는 견인장치 설치와 주차 공간 확보라는 문제는 크기와 관계없이 피할 수 없는 부분이고, 무엇보다 수천만원을 들여서 구입하기에는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

기회가 된다면 카라반이 설치되어 있는 캠핑장을 찾아서 실제로 이용을 한 번 해보고 난 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에서 본 재미있는 말이 있다. "카라반은 살 때와 팔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이다."

이런 기쁨은 정말 경험하고 싶지 않다. 굳이 경험한다면, 살 때 가장 기쁜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ㅎ

정말 말 그대로 카라반은 뜨거운 감자가 아닐까 한다. 

좀 더 공부도 하고, 구경과 경험을 많이 해보면서 오랜 시간동안 노려보는 것이 건강에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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